매저키즘과 서브의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 멜돔을 만났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진짜 가관인 경우가 많다. 매저키스트는 무조건 ‘맞으면 즐거워 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왜냐하면, 자기는 누구를 때리면 기분 좋아지니까. 글쎄, 그건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끝도없는 잔혹함이 있다. 침팬지가 가지고 있는 잔혹성과 폭력성을 인간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일상적인 범죄에서는 새디스트가 매저키스트를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SM이라면 다르다. 둘은 반드시 어떤 포지션으로 만나야 하고 그것은 돔과 서브라는 주종의 관계를 이룬다. 둘은 서로를 이해해야 서로의 쾌락을 즐길 수준에서 플레이가 마무리된다.
매저키스트는 무조건 자신한테 가해지는 폭력을 ‘고통’이 아닌 ‘쾌락’으로 느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큰 오해다. 사실 고통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것을 뇌 구조의 이상이 아닌 한 고통을 쾌락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적인 흥분과 같은 정신의 작용이다. 개중에는 정말 정신질환자나 이치더 킬러의 주인공처럼 거의 모든 자기에게 가해지는 폭력, 상해, 혹은 죽음에 이르는 것까지도 완벽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런 매저키스트는 아주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매저키스트들은 자기에게 이루어지는 고통에 대한 이유가 명확할 때, 그것을 즐길 준비가 되었을 때, 자기가 고통받고 싶은 대상에게서 고통을 받을 때 고통받는 자신을 즐기며 쾌감을 느낀다. 벌, 수치심,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모두. 뭐, ‘갑자기’이뤄지는 고통을 또 따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고. 하지만 미묘한 차이들이 있기 마련이잖아. 정말 100% 고통이 쾌락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통각상실증보다 위험한 병이지. 아마 다 자살했거나 혀가 없고 팔다리가 한두개쯤 잘려나가 있을테니깐. 혀를 씹으면서 쾌감을 느낄꺼야냐.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마다 고통을 쾌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모두다 처음부터 극악의 고통을 수반하는 플레이들을 할 수 있는게 아니듯이, 그 쾌락의 역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새디스트인 돔은 매저키스트인 서브를 길들이고 조교하며 트레이닝한다. 점점 더 고통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새디스트인 자신의 쾌락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세계로 가기 위함이다. 그 과정은 일반 연인들이 섹스를 맞춰가는 과정보다 더 세심하고 주의깊어야 하며, 그 과정중에 둘의 사이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욱 돈독해진다. 플레이가 깊어갈 수록 목숨과 영혼까지도 마음놓고 맡길 수 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둘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FWB의 수준을 넘어서는 D/S(디엣, 주종)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냥 아무나 만나서 새디스트니까, 돔이니까 주인님이라고 부르거나 매저키스트니까 서브니까 다짜고짜 때린다거나 하는건 플레이를 가장한 아무 영혼없는 원나잇 같은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하는 원나잇이나 챗섹스, 온라인플레이는 정상적인 섹스가 아니다. 서로를 서로의 자위도구로 생각하는 행위지. 그건 그때는 흥분될지는 몰라도, 분명 끝나고나면 기분이 찝찝해지기 마련이다. 그래, 일전에 “자기 혼자 아무말 없이 먼저 찍 싸버리고 끝내는 남자”에게서 느끼는 그런 감정같은거 말이다.
서브인 매저키스트가 고통을 쾌락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새디스트는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훌륭한 돔이 될 필요가 있다. 매저키스트가 고통을 느끼는 과정에서 쾌락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면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디스트는 자기가 강하다는 이유로 매저키스트를 음해하고, 너는 올바른 매저키스트가 아니라는 식으로 폄하한다. 그것보단 본인이 괜찮은 돔인지, 새디스트인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단순히 ‘새디스트라는 성향’만 가지고는 아무런 존경도, 케미도 가질 수 없다. 그건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도 갖고있고, 15살짜리 동네 중2병걸린 양아치꼬마도 갖고 있으며 가정폭력을 일삼는 알콜중독자도 가지고 있다. 그걸 범죄가 아닌 SM플레이를 하기로 했으면 새디스트는 돔이 되어야 하고, 돔은 서브에게 “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인지”를 인식하게 하는게 중요하다. 그건 지적으로나 외모로나 목소리로나 모든걸 내맡기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믿음이 전제되어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쾌락을 ‘사고’없이 쾌락으로만 끝낼 수 있는 ‘플레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저키스트인 서브가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욕을 하거나 탓하거나 하지 마라. 서브를 완벽하게 컨트롤 하는 것이 바로 돔의 역할이니까.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건 돔의 실수다. 이것을 성적 쾌락이고, 리드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강도를 낮춰서 이야기하면 이해가 좀 더 빠를까. 예를들면, 남자가 여자와 섹스할 때 성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너는 불감증이구나’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는 불감증인 경우보다, 남자가 섹스를 제대로 못한 경우가 훨씬 많지. 마찬가지다. 새디스트가 돔으로써, 주인님이라고 불리우려면 서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한다. 다짜고짜 폭력행사하지마. 그건 앞에 있는 매저키스트를 이해한 ‘플레이’가 아니야. 차라리 아무에게나 묻지도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싶으면 샌드백을 사.
이런 얘기하면 또 무슨무슨 이야기를 들먹거리면서 이게 진짜 SM이라느니 하면서 SM부심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제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게 성적소수자들이 그런 ‘부심’부리는거라고 생각한다. 성적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가 왜 무지개라고 생각하는데. 다양성을 인정하란 말이다. 무슨 SM플레이에 특허라도 신청해놨어? 꼴리면 누구나 하는거지.